드디어 마지막 날이 되었다. 도저히 눈을 뜰 수가 없어 쉬겠다고 의사를 밝혔으나 동료들은 같이 가자며 성화가 심하였다.

그래서 어떻게 할까 망설이다 나의 육체적인 한계가 어디인지를 확인해보자는 심정으로 낚시가방을 질질 끌면서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중화동 포구에서 다시 대청도로 향했다. 어제부터 사리 때로 접어들면서 안개가 조금씩 걷혀가고 있었다. 어제와 같은 포인트에서 낚시를 드리우자 여전히 활발하고 큰 입질이 왔다.

사실 전동릴 배터리가 하루 만에 소진되었으나 엉뚱한 충전기를 가져오는 바람에 부득이 수동으로 낚시할 수밖에 없었으며 불편하지만 며칠간 수동으로 사용하다보니 입질과 무게로 개우럭 여부를 판별할 수 있게 되었다.

“턱!”하며 제법 큰 입질이 있어 잡아채자 꽤 묵직하게 느껴져 긴장하며 천천히 릴을 감는데 갑자기 엄청나게 무거워졌다. 어제 쌍걸이 할 때보다 훨씬 더 무거워 개우럭이고 뭐고 간에 낚싯줄을 칼로 싹둑 잘라버리고 싶은 심정으로 힘겹게 끌어올리자 개우럭 두 마리가 유유히 수면 위로 나타났다.

‘아하!’ 한 마리가 미끼를 물고 올라가자 옆에 있던 놈이 쏜살같이 달려와 다른 미끼를 물었구나!‘ 선상에 가까스로 내려놓고 줄자로 재어보니 4자, 5자 개우럭으로 어제보다 훨씬 컸다. 조관복씨가 어제부터 연속 홈런을 쳤다며 축하해 주었다.

그 순간, 맥이 탁 풀리면서 허기와 피로감이 엄습해 왔다. 이제 정말 더 이상 우럭 잡을 힘이 없는데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그럼에도 낚시를 드리우자 광어와 장어가 또 올라왔다.

장어를 잡고 보니 불현듯 아내가 평소에 입버릇처럼 장어구이를 먹고 싶다던 말이 떠올라 아내와 집이 몹시 그리워졌다.

점심식사를 하고나서 나는 매우 고단하여 선상에 아무렇게나 눕자 목선배도 따라 주무셨다. 이번 여행이 마니아로서 낚시를 즐기러 온 것인지 아니면 어부 체험을 온 것인지 모호하지만 분명한 것은 어부들의 생활임에 틀림없었다.

왜냐하면 온몸이 절인 배추가 되었어도 자유의지로 쉬지도 못하고 마치, 새우 잡이 배에 끌려온 사람처럼 미친 듯이 낚시하였으며, 또한 선장 왈 “지금까지 당신들처럼 5일간 낚시한 사람이 없었는데 제 정신이냐?”라고 한 것과 일맥상통 했다.

목선배께서는 5자 개우럭을 잡아야 한다고 노래를 불렀지만 어제까지 4자 개우럭에 그치자 아침에 수련원을 나서면서 오늘이 마지막 날인데 반드시 5자 개우럭을 잡아야겠다고 열망을 불태우며, 투지를 다지셨다. 그리고 기어코 5자 개우럭을 잡아 올리자 안면 가득 흐뭇한 미소가 번졌다.

저녁노을이 길고 곱게 드리우면서 우리의 5박 6일간의 낚시여정도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이에 화답하듯이 조관복씨는 우럭, 노래미 등 사걸이와 임위원은 삼걸이를 하고나서 그동안의 피로를 잊고 환하게 웃었다.

백령도로 귀항하여 잡은 물고기를 눈대중하여 보니 어제보다 많은 아이스박스 4개, 70kg정도 되는 것 같았다. 인근 할머니 댁에 물고기를 가져가자 할머니는 지금 손질해도 말릴 시간이 없으니 그냥 생물로 가져가고, 그동안 말린 생선도 모두 가져가라고 하였다.

물고기 손질과 분배 작업이 마무리되자 우리는 보신탕집으로 갔다. 나는 기분 좋게 식사를 마치고 수련원에 돌아왔으나 어찌된 일인지 점차 속이 울렁거렸다.

임위원에게 구토증세도 있고 체한 것 같다고 말하자 그는 손도 따고, 등도 두드려 주었으나 그때뿐이었다. 잠을 자고 나면 괜찮겠지 하는 생각으로 눈을 감았으나 배가 아파서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동호인들은 마지막 밤이라며 실컷 양주를 마시고 쓰러졌다.

옆에서 코고는 소리와 내 배앓이 소리가 안팎으로 울려 나를 더 힘들게 하였고, 수시로 화장실을 드나들어야 하는 내가 미웠다. 그렇게 힘이 들면 그냥 쉬었어야지 억지로 따라가서 결국 체력이 바닥나고 구토와 설사에 시달리고 있단 말인가? 어리하고 아둔하다는 생각이 들자 우유부단한 내가 싫었고, 설사하는 내가 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