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산업혁명 이후 약 2백여 년 동안 에너지를 화석연료에 의존하여 왔다. 지금 주력 에너지원으로 쓰는 수백만 년에 걸쳐 형성된 귀한 자원인 석유를 앞으로 얼마나 더 캐낼 수 있을까?

석유생산이 정점에 이르는 시기는 전문가에 따라 낙관적으로는 2025년 이후를 예상하기도 하지만 평균적인 견해는 2010년 전후를 보고 있다.
천연가스생산량도 오는 2020년부터 2030년에 최고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시기는 에너지 수급의 불균형이 심화되는 시점이며 약간의 차질로도 에너지 위기를 우려해야 한다는데 심각성이 있다.
요즈음의 화두는 지속가능에너지이다.
즉 인류가 살아있는 한 소멸되지 않는 에너지이자 친환경적인 에너지를 말하며 풍력과 태양광과 같은 재생에너지와 같은 개념을 뜻하기도 한다.
자원고갈과 환경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줄 수 있는 유력한 대안으로서의 수소에너지를 언급해 보자.
제1차 석유위기가 일어난 1970년대 초 이후 수소에너지시대를 꿈꾸어 왔고 21세기 들어 각국이 기술선점 경쟁을 벌여 온 것은 수소에너지 관련기술이 국가와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킬 기회를 줄 것으로 보고 있고 또 에너지기술인 만큼 그 잠재시장도 막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소경제의 궁극적인 핵심 기술은 기술적 경제적 관점에서 아직은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원유가격이 오르면 관심을 가지다가 가격이 내리면 잊혀지는 일이 반복되었던 과거와는 달리 21세기 들어서서는 지금과 같은 장기적 및 집중적인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긍정적으로 본다면 전 세계적으로 이미 연간 5천만 톤에 이르는 수소를 산업용으로 사용하여 왔기에 충분한 취급경험이 있다.
기존처럼 화석연료에서 수소를 만들어 이용하더라도 대표적 이용기술인 연료전지기술의 높은 에너지효율로 이점이 있고 틈새시장 진입이 가능한 수준까지 와 있다.
수소이용의 핵심 분야는 연료전지승용차나 버스와 같은 수송용과 가정용 및 분산용 전원 분야이다.
수송용으로 전 세계 원유의 61%를 사용하고 있어 수소이용으로 원유소비가 대폭적으로 줄어들고 이에따라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감소되고 대도시 대기오염 문제도 개선될 수 있다. 가격과 내구성은 그 시기가 문제가 될 뿐 충분히 넘어설 수 있는 장벽이며 기적이 필요한 수준은 아니다.
수소에너지사회의 실현시기가 언제 오느냐 하는 것은 대부분의 신기술이 그러하듯이 정부의 정책적인 방향에도 크게 의존한다.

국내외 기술개발 현황과 수소제조

물은 지구상에서 풍부하고도 안정한 물질이다. 탈 화석연료를 지향하는 궁극적인 수소제조기술은 태양광을 이용 물을 수소와 산소로 쪼개 수소를 얻는 이상적인 방법이다.
물을 분해할 때에는 당연히 에너지가 필요하며 빛, 전기 또는 열 등의 형태로 공급할 수 있고 이때 촉매나 미생물 등 매개체 역할을 할 수 있는 물질이 관여하기도 한다.
아직은 상용화하기에는 전체 효율이 매우 낮으나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분야이다.
전기분해로 물에서 수소를 얻는 방법중 알칼리수전해 방식은 이미 오래전에 상용화된 기술이며 전 세계 수소생산량의 4% 정도가 이 방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중단기적으로는 풍력이나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원에서 얻은 전기를 이용하여 분산형 또는 집중형으로 물분해하여 수소를 공급하는 방식이 이용 가능할 것이다.
현 기술 수준과 경제성을 감안할 때 시장 진입 초기에는 우선 분산전원용, 수소충전소 등 수소를 필요로 하는 지역에서 기존의 상용기술을 활용한 수소제조나 잉여수소이용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연료전지 효율이 기존 내연기관에 비하여 3배가량 높기 때문에 화석연료에서 비롯된 수소를 사용한다 해도 효율이 더 높고 잉여수소의 경우 유통 가능한 물량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수소제조와 관련된 국제 표준화 동향을 보면 연료공정기술을 이용하는 수소발생기, 수소연료규정, 물전기분해공정을 이용한 수소발생기 등이 완료되었거나 개발중이다.
단기적으로 수소에너지 상용화를 위해 필요한 기반이 화석연료개질이나 수전해 방식을 활용한 기술이며 이미 전 세계적인 표준화가 만들어 지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수소 저장기술

산업용으로는 고압저장 및 액체저장 기술이 이미 이용되고 있기 때문에 연료전지자동차 차량탑재용의 경우에도 고압저장 또는 액화저장 방식이 주류를 이룬다.
특히 고압저장방식은 경량 고강도 복합 소재의 압력용기 개발에 힘입어 현재 전 세계적으로 시범 운행중인 대다수의 연료전지자동차에 탑재되어 있다.
압축저장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는 액화 저장을 제외하고는 저장효율 면에서 월등하고 액화저장용기의 복잡성 및 단열 등을 고려할 때 시스템 구성이 단순하고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고압수소저장기술은 1회 충전 후 충분한 주행거리를 달릴 수 있도록 저장압력을 높이면서도 차량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상황에서 사용자의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게 국제 표준(ISO)이 만들어지고 있는 만큼 상당기간 수소저장의 차량용 표준 기술로 자리 잡을 것이다.
충분한 수소를 저압에서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는데 그동안 많은 기술적 학문적 성과도 이루었으나 아직 실제 이용 가능한 수준은 아니다.
생물학적 및 광전기화학적 수소제조, 저온 고온 수전해기술 등의 수소제조와 나노재료, 금속수소화물, 화학수소화물을 이용한 수소저장 등의 궁극적인 미래기술은 교육과학기술부의 수소에너지사업단이 주도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수소에너지활용 어디까지 왔나

SBI 에너지의 최근 연구보고서 국제 연료전지기술(Fuel Cell Technologies Worldwide)은 2010년 연료전지시장이 5억9800만 달러일 것으로 예측했으며 2014년에는 12억 2천만 달러로 매년 20%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 몇 년간 연료전지 시장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 2005년 3억5300만 달러에서 2009년 4억9800만 달러로 증가한 것으로 추산되며 일본과 미국의 비중이 상당히 높았다.
휴대용 연료전지 분야는 가장 빠른 성장을 보인 시장분야로 특히 저 전력 연료전지로 작동하는 장난감이나 교육용 기기에 힘입은 바 크다.
그러나 이 가운데서도 연료전지 수요가 가장 높았던 분야는 녹색에너지원으로서 해외수입원유의 의존도를 줄이는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전력 생산시설이었다.
인도의 Bharat Book Bureau는 보고서를 통해 산업용으로서의 수소 수요가 연 3.5%가 늘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고 지난해 3월 11일자 The Hydrogen Journal에 보도되었다.
수요 증가분의 대부분은 저유황연료유의 수요에 의한 정제용이며 기타 화학제품제조업, 반도체, 유리, 금속, 식품 등의 수요증가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우리가 녹색성장 산업이라 부르는 LED, 태양전지 등은 공정상 모두 고순도의 수소를 필요로 한다. 이 자료에 따르면 현재 수소수요를 금액으로 보면 자체 소모하는 분량이 293억$, 시장유통규모가 208억$에 이른다.
우리나라도 유통량기준으로 보면 1400억원의 시장이 엄연히 존재한다. 경제성과 신뢰성을 갖춘 수소제조나 저장기술을 시장은 언제나 환영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 수소의 수송방법은 사용처의 수요량에 따라 수소실린더, 튜브 트레일러나 파이프라인으로 운송된다. 가격은 사용량 거리 및 액체나 기체 종류에 따라 압력, 순도, 운송방법, 부가적인 장비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달라진다.
전 세계적으로 누적 7만5000기의 연료전지가 보급되었으며 2009년에 24천대로 전년도 대비 40%가 늘었다.
세계 유수의 자동차 업계는 연료전지 자동차를 2015년 이후 상용화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기술 선진국인 미국의 경우 2008년 말 현재 210대의 수소연료자동차가 누적 176만 km를 운행하였으며 버스는 12대가 운용되어 누적 281천km, 29톤의 수소 소비, 366천명의 수송인원을 기록하였다.
수소충전소는 2009년 10월 현재 기준 67개소이며 이중 6개소는 2008년에 운용을 시작한 것이다.
수소연료전지 구동 포크리프트는 2008년말 현재 200대로 최소 20톤의 수소를 사용했고 미국 9개주 16개소에서 운용중이다.
고정형으로는 최소 13MW의 PEMFC가 백업용으로 설치되었으며 이중 일부(300kW)만이 주전원으로 쓰이고 있다. 보조동력용으로는 이보다 훨씬 많은 2761kW가 공급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를 보자. 2009년 9월까지 1500기, 실증프로젝트로 보급된 3307기를 합하여 2010년 4월 현재 약 5000기 정도의 가정용 연료전지를 보급되었으며 도시와 지방의 다양한 주거형태를 가진 고객들이 전력 및 열수요에 효과적이라고 만족하고 있어 성공적인 사례라고 평가받고 있다.
특히 일차에너지의 효율이 70∼80%까지 개선되었으며 사용에너지는 약 30%정도 감소하여 45%정도 CO2 감축을 가져왔다고 분석하고 있다.
일본의 시장 진입 시나리오에 따르면 2015년 이후에는 1기당 가격이 50∼70만엔으로 완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의 경우도 수소충전소 14기가 운영중이며 1회 충전으로 최고 1100km (154km/kg수소)까지 도달한 것으로 발표하고 있는데 오는 2025년까지 1000기의 충전소, 200만대의 연료전지 자동차 생산을 계획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에서 작년 6월에 발표한 신성장전략 100대 실행계획에도 새로운 성장을 주도하는 전략분야로 수소에너지사회의 실현을 포함시켰다.
우리나라도 최근들어 매년 1000억원 이상이 수소연료전지 분야에 투자되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주도적인 노력으로 우리나라 수소에너지의 국가경쟁력은 미국, 일본, 독일, 중국, 캐나다 등에 이어 6위에 해당된다고 보고 있다.
지경부의 지원으로 실시된 수소연료전지자동차 1단계 모니터링 사업은 2006년 8월부터 2010년 7월까지 4년간 연료전지 승용차 30대와 버스 4대가 투입되었다.
수소충전소는 총 9개소의 충전소가 이용되어 버스를 포함하여 누적 주행거리는 743.5천 km이며 평균 연비는 가솔린 환산으로 19.2km/l이었다.
2단계 2년간의 모니터링 사업(2009.12∼2011.12)에서도 서울과 울산지역을 중심으로 각각 66대 및 34대의 연료전지승용차가 운용된다.
제3세대 연료전지자동차인 보레고(115kW급) 및 투싼 iX 연료전지차량(100kW급)은 700기압 수소충전시 주행거리도 최대 750km에 이른다.
현대기아자동차는 내년경 소규모 생산(연간 1천대)을 시작하여 2015년경에는 연1만대 생산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6일 제10차 녹색 성장위원회 보고대회에서 발표된 범정부차원의 그린카 발전 로드맵에서는 수소충전소를 2020년까지 168기 설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LPG 충전소와 그린벨트내에도 수소충전소를 설치할 수 있도록 법령개정도 고려할 것이라 한다. 가정용 연료전지시스템도 2020년까지 누적 20만기를 보급할 계획이다.

마치면서

신년들어 원유가는 배럴당 90$를 넘나들면서 2년 3개월만의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한때 120$를 넘은 적도 있었다는 점이며 수급 불균형이 되는 시점에서는 아주 하찮은 이유로도 가격이 상승할 소지는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화석연료를 대신할 미래에너지를 준비하는 일은 단기간에 이루어질 일은 아니다.
비화석연료로부터 수소를 제조하는 기술은 궁극적으로 개발되어야할 기술이며 원천기술 획득에 주안을 두고 장기적인 지원이 필요한 분야이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화석연료에 바탕을 두더라도 연료전지시스템과 연계하여 부가가치를 높이고 이산화탄소 저감을 도모할 수 있는 수소제조시스템의 도입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러한 기술을 바탕으로 우선 인프라가 구성되면 차후 기술의 발전 단계에 따라 새로운 개발기술로 대체되어 나갈 것이다.
수소저장 기술도 장기적으로 안전 사용을 도모할 수 있는 신기술 개발이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지금도 특수 목적으로는 화학수소화물이나 금속수소화물을 이용한 수소저장기술도 상용화 가능한 기술이다. 당장 실용화라는 측면에서는 기존 고압 및 액체 수소저장기술의 정치형 및 수송용 기기의 장착 활용은 불가피하다.
이러한 기술도 실증시스템으로까지는 정부측 지원이 필요하며 특히 부품 소재 분야(복합소재 고압용기, 고압용기용 카본화이버 소재 등)의 업체 육성은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다.
국제적으로는 단기간에 이산화탄소의 저감에 기여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의 확대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성장동력으로 집중 지원을 받고 있다.
산학연의 컨소시엄으로 풍력-수소-이산화탄소 고정-유가화합물로서의 활용에 이르는 일련의 시스템을 개발 및 연계하려는 독일의 CO2RRECT 프로젝트 사례에서 보듯이 재생에너지의 확대와 이산화탄소의 저감을 위해서도 수소의 역할은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이미 수소연료전지자동차와 가정용 연료전지에 대한 실증 사업을 통해 실제 운전 환경하에서 시스템과 각 부품의 성능 및 내구성을 평가하여 조만간 도래할 상용화에 대비하여 왔다.
기존 실증 사업을 통해 만들어진 충전소 등의 인프라를 정부에서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통합 운영하여 앞으로 개발 및 시험될 기술의 평가와 표준화 등의 자료를 만들어 내도록 적극 활용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신기술의 실용화에는 정부 정책과의 소통이 중요하다. 수소연료전지 분야의 넷트웍을 통해 우리나라 수소연료전지 개발에 있어서 사회적, 정치적, 환경적 환경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수소연료전지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기업체, 에너지사용업체에서부터 에너지공급업체, 부품개발업체, 연구기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참여가 필요하다.
기업들은 자동차, 가정용 연료전지, 분산용 발전설비 등을 중심으로 단가를 낮추고 표준화 등 시장진입 노력과 함께 민관 합동으로 부생가스이용 수소인프라 구축, 재생에너지이용 수소인프라 방안에 대한 검토 등 수소인프라를 만들어나가는 실행계획을 다듬어 보아야할 시기가 되었다.
IT기기와 마찬가지로 수소연료전지의 테스트베드로서의 한국의 인프라는 천연가스망도 잘 갖추어져 있고 잉여수소공급원과의 거리가 크지 않기 때문에 그 어느 나라보다도 유리할 수 있다.
이제 상용화를 가속화하기 위한 전략을 민관 합심하여 만들고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