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는 이씨에게 금전채권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씨는 박씨와의 사이에 박씨 소유 토지에 관하여 매대대금 10억원의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이에 따라 이씨는 박씨에게 매대대금 중 5억원을 지급하였다. 이후 위 매매계약은 해제되었고, 이씨는 박씨로부터 금 5억원을 반환받기로 되어 있는 상태이다.

한편 이씨의 채권자로는 김씨외에도 10명의 채권자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씨와 이씨 그리고 박씨는 합의서를 작성하였는데, 그 합의내용은 위 금 5억원에서 소송비용 등을 정산한 차액을 공탁하는 것이었다. 박씨가 공탁을 하지 않자, 김씨는 박씨를 상대로 합의한 대로 공탁을 하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하였다. 김씨는 합의에 근거하여 공탁을 청구할 수 있을까.

대법원은 공탁은 반드시 법령에 근거하여야 하고 당사자가 임의로 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한다. 이에 따르면, 금전채권의 채무자가 공탁의 방법에 의한 채무의 지급을 약속하더라도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이러한 약정에 기하여 공탁할 것을 청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러한 법리는 채무자에게 민사집행법 제248조에서 정한 집행공탁의 요건이 갖추어져 있는 경우라도 다르지 않다고 한다(대법원 2014. 11. 13. 선고 2012다52526 판결).

민법 제487조는 ‘채권자가 변제를 받지 아니하거나 받을 수 없는 때에는 변제자는 채권자를 위하여 변제의 목적물을 공탁하여 그 채무를 면할 수 있다. 변제자가 과실없이 채권자를 알 수 없는 경우에도 같다.’고 규정하고 있다. 원래 박씨는 이씨에게 매매대금반환채무를 부담하고 있으므로, 박씨의 채권자는 이씨가 된다. 민법에 의하면, 박씨는 이씨에게 변제공탁을 하여야 하는데, 이 경우에도 이씨가 변제를 받지 아니하거나 받을 수 없는 때라야 한다.

한편, 김씨의 채무자는 이씨이고, 이씨의 채무자는 박씨이므로 김씨의 입장에서는 박씨는 제3채무자가 된다. 이 경우 김씨는 제3채무자인 박씨에게 이씨에게 매매대금반환을 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가)압류를 할 수 있고, 민사집행법 제248조에 의하여, 박씨는 압류된 금액전액을 공탁할 수 있게 된다. 민사집행법 제248조에 의한 공탁을 집행공탁이라고 한다.

사안의 경우, 박씨는 관련법에 따라 변제공탁을 하거나 집행공탁을 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김씨는 이씨 및 박씨와 합의를 하였다고 하여, 박씨에게 합의에 의한 공탁청구를 할 수는 없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