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와 B는 1992년 경에 결혼을 했다. 그 직후부터 A와 B는 경제적인 문제와 성격 차이 등으로 불화를 겪었다. A는 불화 끝에 2004년 경 가출해 이때부터 별거가 시작되었고, 서로를 비난하면서 지내왔다.

A와 B는 2008년 경 서로를 상대로 이혼청구소송을 제기하였고, 이혼하라는 판결은 2010년 9월 경에 최종 확정되었다. A는 이혼소송중인 2009년, 알고 지내던 C와의 사이에 신체접촉행위가 있었다. B는 C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위 신체접촉행위는 A와 B의 부부공동생활을 침해하고 A의 배우자인 B의 권리를 침해하였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C는 A와 B의 부부공동생활을 이미 파탄난 상태였으므로 부부공동생활을 침해하고 A의 배우자로서의 B의 권리 또한 침해한 것이 아니라고 맞서고 있다. C는 B에게 손해배상을 해 주어야 할까.

위 사안은 대법원 2014년 11월 20일(선고 2011므2997) 전원합의체 판결에 나온 사례이다. 대법원의 다수의견은 부부가 장기간 별거하는 등의 사유로 실질적으로 부부공동생활이 파탄되어 실체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아니하게 되고 객관적으로 회복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른 경우에는 혼인의 본질에 해당하는 부부공동생활이 유지되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하였다.

따라서 비록 부부가 아직 이혼하지 아니하였지만 이처럼 실질적으로 부부공동생활이 파탄되어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상태에 이르렀다면, 제3자가 부부의 일방과 성적인 행위를 하더라도 이를 두고 부부공동생활을 침해하거나 그 유지를 방해하는 행위라고 할 수 없고 또한 그로 인하여 배우자의 부부공동생활에 관한 권리가 침해되는 손해가 생긴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였다.

이에 대한 별개의견에서는 부부공동생활이 파탄되어 회복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고 하여도 이혼 절차나 부부 일방의 사망에 의하여 혼인관계가 해소되지 아니하는 이상 법률상 부부는 여전히 법적인 권리의무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였다. 부부공동생활이 파탄되어 회복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는 사정만으로 혼인에 따른 가장 본질적인 의무 중 하나인 부부 상호 간의 성적 성실의무의 소멸을 쉽게 인정하는 것은 법률상 부부라는 존재와 실체를 무의미하게 취급하는 것이 되어 우리나라가 취하는 법률혼주의를 훼손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을 그 근거로 든다.

의견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부부공동생활이 파탄된 상태에서 실제로 부부 일방으로부터 이혼청구가 있는 경우에는 부부 상호 간에 성적 성실의무의 소멸을 인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 사안의 경우는 A와 B의 부부공동생활은 이미 파탄난 상태였고 서로간에 이혼청구에 있는 경우이다. 보호해야 할 A와 B상호간의 성적 성실의무는 소멸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C의 경우 그 손해배상책임이 없다.

만일 A와 B의 부부공동생활은 이미 파탄난 상태이긴 하나, 이혼소송이 제기된 경우가 아니라면 어떻게 될까. 대법원 다수의견에 따르면, 실질적으로 부부공동생활이 파탄되어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상태에 이르렀다면 재판상 이혼청구가 계속 중에 있다거나 재판상 이혼이 청구되지 않은 상태라고 해서 C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할 것은 아니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A와 B의 실질적인 부부공동생활이 파탄되어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상태에 있는 이상, C에게는 A와의 신체접촉행위로 손해배상책임이 없는 것이 된다.